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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숫자놀이

작성자
김용원
조회
1413
작성일
2012.03.08
음악은 숫자놀이 

금방 사라질 운명을 지녔기에 더욱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가을날이 한없이 아쉬워지는 시기이다. 가을에는 화려한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음색보다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묵직한 첼로의 음색이 잘 어울린다. ‘재클린의 눈물’과 같이 애잔한 곡을 들으며 첼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만 하면 좋겠지만, 이제부터는 악기의 소리를 수학적으로 분석해보자.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음정을 정하는 방법에는 ‘순정률’과 ‘평균율’ 두 가지가 있다. 만물을 수로 설명하려고 했던 피타고라스는 음정 역시 수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현의 길이가 간단한 비로 표현될 때 현을 퉁기면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진동수는 현의 길이와 반비례하기에 현의 길이가 짧을수록 진동수가 커지고 진동이 빨라져 높은 소리가 난다. 원래 현에서 기준이 되는 ‘도’ 음이 날 때 현의 길이를 2분의 1로 하면 한 옥타브 위의 ‘도’처럼 8도 높은 음이 나고, 현의 길이가 4분의 3이면 4도 높은 ‘파’ 음이 난다. 또 길이가 3분의 2이면 5도 높은 ‘솔’ 음이 난다.현악기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순정률에서는 음 사이 진동수의 비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인접한 두 음이라도 진동수의 비가 9 대 8, 10 대 9, 16 대 15와 같이 달라진다. 이때 9 대 8이나 10 대 9를 온음이라고 하고 16 대 15는 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순정률에서는 두 반음을 합해도 온음이 되지 않는다. 반음의 진동수의 비인 15분의 16을 두 번 곱하면 약 1.1378로 온음에 대한 진동수의 비 8분의 9(약 1.125) 또는 9분의 10(약 1.1111)보다 약간 커지기에, 조바꿈을 할 때 어려움으로 작용한다.이를 보완해 진동수의 비가 일정하도록 정한 것이 건반악기에서 주로 이용되는 평균율이다. 평균율도 순정률과 마찬가지로 진동수를 2배하면 한 옥타브 높은 음이 된다. 기준이 되는 ‘도’에서부터 한 옥타브 위의 ‘도’까지는 ‘도-도#-레-레#-미-파-파#-솔-솔#-라-라#-시-도’까지 12단계이다. 따라서 인접한 두 음 사이 진동수의 비를 χ라 할 때, χ를 12번 곱하면 한 옥타브 높은 음의 진동수 비인 2가 돼야 한다. 즉 χ는 12제곱을 해서 2가 되는 무리수 12√2≒1.0595가 된다.평균율 진동수의 비는 유리수(분수)가 아니라 루트를 동원하는 무리수이지만 정수의 비로 표현되는 순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순정률에서 4도 음정인 ‘도·파’ 진동수의 비는 3분의 4이므로 약 1.3333이다. 평균율에서는 도-도#-레-레#-미-파까지 모두 5번 올려야 하므로 (1.0595)5이며, 계산하면 1.3351이 되어 순정률 진동수의 비와 비슷해진다. 소리를 결정하는 것은 음의 고저, 음의 세기, 음색이라는 세 가지 요소이다. 이때 음의 고저는 지금까지 알아본 대로 파동의 진동수에 의해 결정되고, 음의 세기는 파동의 진폭에 따라 결정되며 음색은 파동 방정식을 이루는 삼각함수와 관련된다. 프랑스의 수학자인 푸리에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함수는 삼각함수인 사인함수와 코사인함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알아냈다. 따라서 악기의 소리는 사인함수와 코사인함수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역으로 삼각함수의 결합을 통해 여러 가지 음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음의 배합에 의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은 일면 무미건조하게 보이는 수학과 관련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음악의 토대가 되는 음정의 수학적 원리를 살펴보고 나면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라는 수학자 실베스터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